신경과학은 전통적으로 유럽과 미국 중심의 학문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들어 아시아 출신 신경과학자들의 활약이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 일본,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권 뇌과학자들은 독자적인 연구성과와 기술력으로 뇌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아시아 3국의 대표 신경과학자들과 그들의 주요 연구를 살펴보며, 동아시아가 세계 신경과학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를 분석합니다.
1. 아시아 신경과학자 연구: 한국 신경과학자들의 도전과 성과
한국의 신경과학은 지난 20년간 정부와 학계의 전략적 지원 아래 빠른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정재승 KAIST 교수가 있습니다. 그는 신경경제학 분야의 개척자로, 인간의 의사결정 과정을 뇌활동 기반으로 분석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의 연구는 fMRI를 활용해 소비자의 판단 구조를 시각화하며, 마케팅, 정책 설계 등 실생활 응용 분야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서울대 의대 신희섭 명예교수는 뇌의 기억 형성 과정과 해마의 기능에 대한 연구로 오랜 시간 국내 뇌과학을 이끌어온 인물입니다. 그는 생쥐 실험을 통해 기억이 해마 내에서 특정 뉴런 회로를 통해 저장된다는 ‘기억 흔적(engram)’ 이론을 실험적으로 검증했고, 이는 한국 뇌과학계가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이인아 교수(연세대학교)가 감정과 기억 간의 신경 연결에 주목해 PTSD 치료 연구를 선도하고 있으며, AI 기반 뇌파 해석 시스템을 도입해 뇌-정신 건강 통합 연구로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2. 일본의 신경과학: 정밀성과 기초연구의 조화
일본은 오래전부터 뇌과학 기초연구에 강점을 가진 국가로, 특히 뉴런 단위의 정밀 실험과 유전학 기반 연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오카노 히데오(Hideo Okano) 교수(게이오대학교)가 있습니다. 그는 iPS 세포를 활용한 뇌질환 모델링 연구를 통해 파킨슨병, 루게릭병 등의 치료 가능성을 실험 단계에서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오카노 교수는 인간 뇌세포를 시험관에서 배양하여 실제 환자의 유전자를 삽입한 ‘브레인 오가노이드(소형 뇌 모사체)’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으며, 이는 약물 반응 실험, 뇌질환 조기 진단, 유전자 치료의 기반 기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또한 일본은 기초 실험과 행동 분석을 결합한 연구법에서도 강점을 보입니다. 예를 들어, 마우스의 학습 행동에 따른 뉴런 활동을 단일세포 해상도로 기록해 특정 기억 회로의 형성 과정을 시간별로 추적하고, 이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의 발현 변화를 분석하는 방식은 일본 연구자들이 개발한 독자적 방법론입니다.
3. 중국 신경과학의 부상과 세계적 영향력
중국은 최근 10년간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신경과학과 뇌공학 분야를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으며, 단순한 양적 성장뿐만 아니라 질적인 성과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대표 학자로는 푸밍(Pu Muming) 교수가 있습니다. 그는 중국과학원 신경과학연구소 소장이며, ‘비인간 영장류 모델’을 활용한 뇌연구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푸밍 교수는 유전자 편집 기술(CRISPR-Cas9)을 통해 특정 뇌질환을 유발하는 유전자가 삽입된 원숭이 모델을 개발하였고, 이를 통해 인간 정신질환의 뇌 회로 메커니즘을 동물 수준에서 분석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또한 중국은 ‘중국 브레인 프로젝트’를 통해 대규모 뇌지도 작성, 인공지능 기반 뇌시뮬레이션, 고속 뇌영상 장비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베이징, 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는 뇌과학 특화 연구단지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한국, 일본, 중국은 각각의 강점을 기반으로 신경과학 분야에서 독자적 입지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융합 기술과 실용 중심 연구, 일본은 정밀한 기초연구, 중국은 자본력과 시스템을 통한 대형 프로젝트 중심 연구가 특징입니다. 아시아 신경과학자들의 활약은 이제 글로벌 학술지와 국제 학회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으며, 뇌과학의 다극화 시대를 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뇌과학에 관심 있다면, 아시아의 흐름을 이해하고 미래 연구의 방향성을 함께 고민해 보는 것이 유익할 것입니다.